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창원시시설관리공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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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금 늦었지 미안해
작성자 김하경
댓글 0건 조회 166회 작성일 2024-08-2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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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쓸려니까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네. 학교에서 네 소식을 전해 듣고 화장실에서 쭈그려앉아 문자만 보면서 엉엉 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니 믿기지가 않아. 1학년 때 네가 먼저 말 걸어줘서 너무 고마웠어. 하나하나 표현하진 못했지만 네가 나한테 선물해 준 인연과 추억이 과분할 정도로 많아서 막상 너를 볼 수 없다 생각하니까. 돌이켜보니까 내 세상이 온통 너더라. 함께 했던 게임. 나눴던 대화. 그렸던 그림. 학교 마치면 맨날 찾아갔던 이모님 카페도 기억나. 우리 그때 돈 안 받는다 하셔가지고 그냥 테이블 위에 두고 도망쳤었잖아. 그거뿐만이 아니라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날 노래방에서 같이 즐기는 즐거움을 알려 줬던 너였고, 계곡도 같이 놀러 가고, 맛집도 같이 갔었잖아. 그때 네가 나 배 완전 많이 늘었더고 뿌듯해했는데. 우리 계곡 또 같이 가기로 했었잖아. 네가 독립해서 나 데리고 살거라고 했었잖아. 유등 축제도 가기로 했었고, 우리 가옥거리가서 당고도 먹기로 했었고, 일본 여행도 같이 가기로 했었잖아. 기억 안 나는 엄청 많은 정보를 공유하며 다음을 기약했었는데.. 내가 하나하나 다 해볼게. 혼자 너를 추억하며 다 해보면 너도 같이 버킷리스트 이루는 느낌이지 않을까?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 네가 좋았던 거 같아. 어쩌다 한 번 울면서 집에 걸어간 적이 있었어. 너한테 연락하려고 폰을 켰는데 더 이상 연락할 곳이 없다는 게 너무 슬퍼서 주저앉아서 울었어. 그때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였나. 더 이상 너를 못 본다는 게 실감이 날 때마다 울었어. 엄마랑 얘기하다 울고, 며칠 전에 언니랑 카페에서 얘기하다가도 울었어. 상실의 아픔이 괜찮아지기엔 1년은 너무 짧은 거 같아.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난 또 추억 회상만 하고 있네 미안해. 나한테 너는 항상 배울 점이 많은 아이였어. 항상 옳았고, 항상 나를 아껴줬지.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하고 나마저도 내가 싫을 때 넌 유일하게 나를 좋아해 주었어. 그래서 난 너한테 미안해.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내가 너의 아픔의 요인 중 하나였을까봐. 내 앞에 와서 괜한 생각이라고 하면서 안아줬으면 좋겠다. 네가 힘들 때마다 나 안았었잖아. 나 힘드니까 내 앞에 나타나서 나 안아줬으면 좋겠어. 보고 싶고, 너 목소리도 듣고 싶다. 나는 사후세계가 있었으면 좋겠어. 네가 어디서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. 너의 모든 행위가 의미 있을 수 있도록 말이야. 미안 너무 이상한 얘기만 했나? 나 요즘 잘 지내. 자해도 안 하고 죽고 싶다는 말도 쉽게 안 해. 가족들이랑도 잘 지내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고는 못 하겠지만 살고 있어. 가끔 힘들지만 버틸만해. 부반장도 하고,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, 연애는 그때 이후로 못 했지만 나름 잘 지내고 있어. 그러니까 네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. 나 엄청 건강하게 살 거니까! 필요할 때만 연락한다고 느끼게 해서 미안해. 내 생각만 해서 미안해. 미안한 것투성이여서 너무 후회돼. 어제도 너 못 보러가서 미안해. 오늘 너 보러 갈게. 너는 내 안에서 점점 아름다워져 한편의 추억으로 남겠지. 그래도 너를 기억하며 살아갈게. 두서 없이 적어서 미안하고, 나랑 친구해 줘서 고맙고, 사랑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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