수연아, 보고싶어.
작성자 한지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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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연아, 잘 지내고 있지?
작년 추석에 나누던 카톡이 마지막일거라곤 전혀 생각 못했어.
그 후 일주일 간 연락이 없어서 다시 항암치료중일거라며 안일하게 생각한 내 잘못이야.
2주쯤 후에 연락을 받았어. 이미 네가 꽃길을 걸었다더라.
결혼이 뭐라고, 남들 다 하는거 한다는데 왜 네 장례식도 알려주지 않았냐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어.
너 없으면 신부 입장 안할거라고 큰소리 떵떵 쳤는데, 나는 널 바래다 주지도 못했어. 정말 미안해.
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걸, 더 많은 편지를 써줄걸, 더 많이 응원하고 기운을 북돋워줄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더라.
네가 나랑 나이차이가 거의 안나니까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나봐. 언니만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서 그것도 미안해..
그때 봤던 그 오빠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어 언니는.
한달 반쯤 됐나? 꿈에 네가 나왔어. 처음으로. 그래서 오빠랑 벚꽃이 질 무렵, 널 보고 왔어.
청첩장 딱 하나 남겨둔거 두고 왔는데, 봤지 ? 그 글귀들 언니가 직접 썼다. 너한테 자랑하고 싶었는데 ㅎ
그리고 그저께였나? 시집을 읽으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. 한참을 생각해보니, 너한테 병원에서 읽으라며 택배로 보냈던 기억이 났어.
분명히 잘 보내준다고, 잘 지내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이렇게 순간순간 치밀어 오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네.
그냥 나는 이렇게 감정에 솔직하게 지낼게. 널 그리워하는 방식은 널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하잖아.
꽃이 내리고, 비가 오더니 벌써 초여름 냄새가 나. 그 곳에서의 첫 여름을 준비하는 너는 어때?
아프지 말고 꿈에서 닭갈비 먹으러 가자, 보고싶어 수연아. 종종 편지할게. 사랑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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